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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피부 질환을 직접 겪은 한의사

저는 어릴 때부터 유독 피부가 약한 아이였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을 시작으로 화폐상습진, 지루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그리고 바이러스성 피부질환까지, 진료실에서 만나는 피부 질환의 상당수를 제 몸으로 먼저 겪었습니다.

컨디션이 조금만 떨어져도 가장 먼저 피부에서 티가 났습니다. 남들보다 더 조심하고 관리했지만, 늘 가렵고 곪는 피부 때문에 매일이 고민이었습니다.

지금은 같은 자리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에는 그때의 사진을 그대로 남깁니다.

진료실에서 "안 겪어봤으니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잖아요. 말은 쉽죠."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럴 땐 말로 설명하기보단 제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아래 사진은 모두 제가 직접 겪으며 찍어 둔 환부의 기록입니다. 물론 지금은 모두 사라져 흔적도 찾기 어렵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모두 겪어 보았기에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어떻게 해야 좀 더 편해지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1. 화폐상습진

화폐상습진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발에 생겼는데, 저 역시 진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습포 요법을 알고 나서부터 한결 편해졌던 기억이 남아 있어, 환자분들께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정말 힘들었던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아래 사진은 모두 증상이 심했을 때의 제 발 사진입니다.

2. 두드러기

만성 두드러기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충주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시기에 생겼는데, 환경이 갑자기 바뀌자 옷이 닿는 부위마다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아무 이유 없는 팽진이 몸 곳곳에 생기던 때였습니다. 피부 질환에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느꼈던 시기입니다. 환경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결국 제 몸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증상이 올라왔을 때의 제 목과 허벅지 사진입니다.

3. 면역이 떨어졌을 때 올라온 손등 발진

피부과 진료를 하다 보면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 발진을 자주 만납니다. 제 손등이 그랬습니다. 면역이 많이 떨어져 있던 시기에 손등을 따라 붉은 구진이 흩어지고, 위에 작은 수포가 얹혀 올라왔는데, 당시에도 지금 다시 봐도 어떤 질환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바이러스성 발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몸 상태가 무너졌을 때 피부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는 점입니다. 아래 사진은 그 시기의 제 손등입니다.

4. 지루두피염

지루두피염은 한 번 생기면 없어질 때까지 꽤 고생하는 질환입니다. 저는 잠이 부족한 시기가 오면 어김없이 두피에서 먼저 신호가 옵니다. 두피가 단단해지고 아픈 느낌이 들다가 붉게 염증이 시작되고, 그다음에 가려움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제가 지키는 건 두 가지입니다.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카락이 아니라 두피를 시원한 바람으로 끝까지 말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잠을 제대로 자는 것. 머리는 어떻게 감느냐보다 어떻게 말리느냐가 훨씬 중요하고, 아무리 잘 관리해도 수면이 무너지면 두피가 먼저 반응합니다. 진료실에서 지루두피염 환자분들께 이 두 가지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제 두피가 그렇게 가르쳐 줬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증상이 올라왔을 때의 제 두피입니다.

본인 사진이며,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치료 반응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5. 왜 내 피부에만 문제가 생길까?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피부 관리를 훨씬 열심히 하는 편이었습니다. 보습을 거르지 않았고, 자극이 될 만한 건 피했고, 연고도 시키는 대로 발랐습니다. 그런데도 발은 다시 진물이 났고, 두드러기는 또 올라왔고, 두피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아팠습니다. 똑같이 관리해도 멀쩡한 사람이 있는데, 왜 나만 반복될까.

돌이켜 보면 답은 피부에 없었습니다. 잠을 못 잔 주, 환경이 바뀐 계절, 면역이 떨어진 시기. 제 피부가 뒤집어진 때를 하나씩 되짚어 보면 늘 그 앞에 몸의 변화가 먼저 있었습니다. 피부는 결과였고, 원인은 매번 피부 안팎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르고 닦아도 반복됐던 이유는, 제가 관리하던 곳이 정작 문제가 시작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피부는 결과였고, 원인은 늘 피부 안팎에 있었습니다.”

6. 그래서 바꾼 것들

진짜 원인은 피부 자체보다는 그 안팎에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제일 먼저 바꾼 건 치료의 순서였습니다. 피부에 발생한 병변을 안 보이게 눌러 없앨 생각을 하기보다, 애초에 안 올라오게 만드는 쪽으로요. 각종 연고는 끊되 한 번에 끊지 않고 간격을 벌려 가며 줄였고, 그동안 몸이 스스로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체내 환경을 변화시키는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 피부를 몸의 일부로 보고 몸 전체의 상태를 살피는 거시적 관점이었습니다.

7. 지금, 진료실에서

방상혁 대표원장

그래서 저의 초진 진료에서는 피부 병변을 면밀히 살피는 것과 같은 중요도로 체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언제 가려운지, 열감이 있는지, 공복이나 식후에 속이 쓰린지, 대변이 무른지, 잠은 몇 시에 들고 중간에 깨는지, 손발이 차거나 땀이 많은지, 커피와 술은 얼마나 하는지.

피부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이 길게 이어지는 이유는,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피부 상태와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8. 같은 길을 걷고 계신 분들께

가렵고 진물 나는 피부로 막막함을 느끼는 분, 아이의 긁는 소리에 밤마다 깨시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 사진 속 피부의 주인이 지금 진료실에 앉아 있습니다. 저는 생기한의원 대전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피부가 잠시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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